앞 장에서 “관점이 기록을 정보로 만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장은 그 한 문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온톨로지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뉩니다.
한 환자, 세 개의 눈
환자 한 분이 병원에 옵니다. 같은 환자입니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 원무과에서 보는 환자, 경영진이 보는 환자는 같지 않습니다.
진료의 눈으로 보면 진단명과 처방, 경과가 보입니다. 원무의 눈으로 보면 수가와 청구 코드, 보험 적용 여부가 보입니다. 경영의 눈으로 보면 그 환자가 어떤 경로로 왔는지, 대기 시간은 얼마였는지, 어떤 자원이 쓰였는지가 보입니다. 같은 환자, 다른 앎입니다.
무엇이 중요한 정보가 되는지는 대상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목적이 결정합니다. 도서관과 서점이 같은 책을 다르게 다루는 것과 같습니다. 도서관은 분류와 색인을 보고, 서점은 가격과 재고를 봅니다. 같은 책이지만, 도서관에는 ‘청구기호’가 핵심이고 서점에는 ‘판매가’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이 ‘보는 눈’을 관점이라 부르고, 관점이 정해 놓은 항목을 메타데이터라 부릅니다.
흔한 실패 — 관점마다 따로 만든다
여기서 대부분의 시스템이 갈라집니다.
흔한 방식은 관점마다 데이터를 따로 만드는 것입니다. 진료 프로그램에 환자가 있고, 청구 프로그램에 같은 환자가 또 있고, 마케팅 도구에, 경영 보고서에 그 환자가 거듭 들어갑니다. 같은 사람이 시스템마다 따로 존재합니다.
그 결과는 어긋남입니다. 한쪽에서 연락처를 바꾸면 다른 쪽은 옛것을 그대로 둡니다. 진료 기록과 청구 내역이 맞지 않고, 경영 보고서의 숫자가 현장과 다릅니다.
정산일의 풍경
이 어긋남이 가장 아프게 드러나는 날이 정산일입니다.
월말이 되면, 각 시스템에서 뽑은 숫자가 서로 맞지 않습니다. 진료 쪽 집계와 청구 쪽 집계가 다르고, 마케팅이 보고한 전환 수와 실제 매출이 어긋납니다. 운영팀은 어느 숫자가 진짜인지 맞추느라 며칠을 씁니다. 합치고, 확인하고, 다시 합칩니다. 그 며칠 동안 정작 봐야 할 질문 — “그래서 이번 달 무엇이 잘되었고 무엇이 문제였나” — 은 뒤로 밀립니다.
이것은 직원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같은 환자가 시스템마다 따로 존재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구조가 어긋나면, 사람이 아무리 성실해도 숫자는 어긋납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혼란도 같이 커지는 역설이 여기서 생깁니다. 시스템을 더 들였는데 일은 더 늘어나는 것입니다.
사실은 하나, 표현은 여럿
좋은 온톨로지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환자는 단 하나의 원본으로 존재합니다. 진료·원무·경영은 그 하나를 서로 다른 얼굴로 볼 뿐입니다. 사실은 하나, 표현은 여럿. 그래서 누가 어디서 무엇을 갱신해도, 모든 화면이 같은 사실을 가리킵니다.
어느 직원이 환자 정보를 고치면, 같은 순간 다른 모든 화면의 숫자가 함께 바뀝니다. 따로 맞출 일이 없습니다. 애초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진료에서 본 환자와 정산에서 본 환자가 어긋날 수 없습니다. 같은 원본을 다른 각도에서 비추고 있을 뿐이니까요. 이것이 1부에서 말씀드린 “사실은 단일 원본”의 진짜 의미입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복사해서 늘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사실 위에 여러 관점을 정확히 겹쳐 놓습니다.
관점은 권한이기도 합니다
관점에는 한 가지 중요한 성질이 더 있습니다. 누가 어떤 얼굴을 볼 수 있는지를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상담실은 상담에 필요한 만큼을, 원무는 청구에 필요한 만큼을, 경영진은 경영에 필요한 만큼을 봅니다. 하나의 원본 위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얼굴만 열어 줄 수 있습니다. 민감한 환자 정보가 아무에게나 통째로 열리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따로 복사해 여기저기 흩어 두는 방식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실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 하나를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 줄지를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관점이 늘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구조의 또 다른 힘은 확장입니다. 새로운 부서가 생기거나 새로운 보고가 필요해져도, 데이터를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같은 원본 위에 새로운 관점 하나를 더 얹을 뿐입니다. 병원이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따로 만드는 방식은 무너지고 겹쳐 놓는 방식은 견딥니다.
통합되는 것과 통합되지 않는 것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둡니다. 여기서 하나로 모이는 것은 행정과 데이터의 표현 방식입니다. 의료적 판단이 아닙니다.
같은 환자를 진료·원무·경영이 어긋남 없이 본다는 것은, 행정 정보가 일관된다는 뜻입니다. 진단·치료·수술의 결정은 전적으로 각 의료기관 의료진의 권한에 속합니다. 키노티 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은 마케팅·정산·재고·인사 보조 같은 비의료 영역의 운영 지원입니다. 우리가 통합하는 것은 데이터의 질서이지, 의료 행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