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래 근무한 실장 한 분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분에게 “하지정맥류 상담 환자가 오셨다”고 말하면, 그 한마디로 머릿속에서 여러 일이 동시에 펼쳐집니다.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증상이 어느 정도면 보험이 적용되고 단순 미용 목적이면 비급여인지, 그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은 누구인지, 수술실은 언제 비는지, 예상 비용은 얼마이고 상담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그분은 ‘하지정맥류’라는 단어 하나에 연결된 병원 전체의 그림을 알고 있습니다.
저장하는 것과 아는 것
이제 일반적인 전산 시스템을 떠올려 보십시오. 거기에도 ‘하지정맥류’라는 글자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환자 이름도, 수술 기록도, 매출도 칸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스템은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글자를 보관할 뿐, 의미를 모릅니다.
저장하는 것과 아는 것. 이 둘의 차이가 온톨로지입니다.
이 차이는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베테랑 실장과 똑같은 권한을 주고, 똑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열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직원은 같은 화면을 보고도 같은 일을 하지 못합니다. 화면에는 정보가 있지만, 그 정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가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는 넘겨줄 수 있어도, ‘아는 것’은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의료 소프트웨어는 ‘저장하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더 빠르게 입력하고, 더 깔끔하게 보관하고, 더 편하게 꺼냅니다.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좋은 창고일 뿐, 병원을 아는 것과는 다릅니다. 창고는 물건을 보관하지, 물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안다는 것은 나눈다는 것이다
온톨로지라는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그 본질은 한 문장입니다. “안다는 것은 나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알 때 반드시 나눕니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을 보십시오. 참새와 비둘기를 구별하기 전에 먼저 ‘새’를 압니다. 물고기의 종류를 가르기 전에 ‘물고기’라는 개념을 먼저 가집니다.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곧 알게 되는 것입니다. 나누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서관이 위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도서관의 가치는 책의 권수가 아니라, 세상의 지식을 갈래로 나누어 꽂은 분류 체계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분류를 따라가며 한 시대의 지식 전체를 가늠했습니다. 분류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지식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무언가를 새 자리에 나누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했다는 뜻이고, 어디에도 넣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모른다는 뜻이었습니다.
검색은 아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나누기를 멈췄습니다. 검색창에 단어를 넣고, 한꺼번에 끌려 올라온 결과를 그대로 받아 듭니다. 저인망 그물이 바다를 훑듯, 검색은 모든 것을 한 번에 건져 올립니다. 편리합니다. 그러나 그 편리함 속에서 ‘나누는 능력’은 자라지 않습니다.
검색은 찾아 줍니다. 그러나 찾아 주는 것과 아는 것은 다릅니다. ‘하지정맥류’를 검색하면 그 글자가 들어간 기록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나 그 환자가 보험 대상인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지금 수술실이 가능한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베테랑 실장은 검색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이미 나누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정작 앎은 깊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왜 지금 이것이 중요한가
이 문제는 AI 시대에 더 날카로워집니다. 나뉘지 않은 데이터를 그대로 AI에게 넘기면, AI는 그 빈 곳을 스스로 메우려 합니다. 그것이 추측이고, 병원에서 추측은 위험입니다. 똑똑한 AI를 들이기 전에, 병원이 먼저 정확히 나뉘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병원을 나눈다는 것
병원을 안다는 것은 병원을 정확히 나눈다는 뜻입니다. 무엇이 시술이고 무엇이 장비인지, 어떤 시술이 어떤 진료 영역에 속하는지, 어떤 장비가 어느 공간에 있고 누가 다루는지, 그 시술의 보험 코드는 무엇이고 비용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렇게 모든 것을 나누고, 그 사이의 관계를 이어 놓은 지도 — 그것이 온톨로지입니다.
베테랑 실장이 가진 것은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연결된 앎’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앎이 그분의 머릿속에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쉬는 날이면, 병원의 일부가 함께 멈춥니다.
키노티가 하는 일은 그 머릿속 지도를, 병원 전체가 언제나 함께 쓰는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 토대가 온톨로지입니다. 이어지는 다섯 장에서, 그 지도가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하나씩 보여 드리겠습니다.